‘행동 이면’ 이해하면 감정 소모 줄어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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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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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초반의 ㄴ씨는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때 사람 만나는 일을 즐겼던 그는, 요즘 들어 만남 이후 오히려 더 공허하고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보다 어느 순간부터 그저 ‘버텨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ㄴ씨의 경험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타인에 대한 평가와 험담으로 대화를 채우는 사람이 주변에 늘어난다고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이 현상에는 심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성취를 되풀이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수다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험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낮추는 말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탱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는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보호하려는 방어 방식입니다. ㄴ씨처럼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관계 자체가 소진의 원천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쉽게 피할 수 없는 가까운 관계라면 부담은 더욱 깊어집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내려놓는 일입니다. 대신, 그 행동의 이면을 이해하고 나의 반응을 스스로 조율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시길 권합니다.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길게 이어갈 때, ‘이 사람은 지금 스스로를 확인받고 싶은 상태구나' 하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험담이 시작될 때는 ‘비교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중이겠지'라고 한 발짝 물러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선의 전환은 감정 소모를 상당 부분 줄여줍니다. 모든 말에 반응할 의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호응은 그 대화를 더 길어지게 하고 결국 더 깊은 피로로 돌아옵니다. 반응을 줄이거나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하는 것은 상대를 거부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정서적 경계를 지키는 건강한 방식입니다. 지나치게 소진되는 모임이라면 때로는 과감히 거리를 두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진짜 중요한 물음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이 질문들과 천천히 마주하다보면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이해가 깊어질수록 타인과의 관계는 한결 가볍고 편안해집니다.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예민하거나 사교성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더 진실한 연결을 원하는 마음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출처: 현겨레 신문, 윤희경 용인정신병원 스마트낮병원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