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고통받는 이들, 이제 손을 내밀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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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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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여섯이 된 ㄱ씨는 면접 날이면 토한다. 지난해부터 면접만 가면 구토를 했다. “이번엔 괜찮겠지” 하고 집을 나서지만, 면접장 근처에만 가도 속이 뒤틀리고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최종 면접에서 몇 차례 연달아 떨어진 뒤부터 증상은 더 심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면접뿐 아니라 카페에서 주문하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사람들이 다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반복된 실패와 평가의 경험이 마음속에 작은 균열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나는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자라났다. 사회는 그것을 ‘예민함’이나 ‘소심한 성격’이라고 말하기 쉽지만, 이는 사회불안장애라는 이름을 가진 정신건강 문제일 수 있다. 사회불안장애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병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평가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상태에 가깝다. 누군가의 시선,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지나치게 크게 느껴진다. 그러니 식당에서 주문하는 짧은 순간조차 하나의 시험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청년들에게 이 불안은 더 깊게 스며든다. 취업 준비는 끊임없는 평가의 과정이다.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수없이 비교당한다. 몇 번의 탈락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자기 존재 전체에 대한 부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그 질문이 마음속에 오래 머무르면, 사람은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피하기 시작한다. 사회불안장애의 무서운 점은 삶의 반경이 천천히 좁아진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면접만 어렵다. 그다음엔 발표가 힘들고, 전화가 두렵고, 약속을 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아주 작은 세계 안에 갇혀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불안은 성격이 아니다. 치료할 수 없는 약점도 아니다. 상담실에서 오래 사람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이것이다. 이들은 약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오래 혼자 버틴 사람들이다. 사회불안장애는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환이다. 인지행동치료는 머릿속 왜곡된 생각을 조금씩 바로잡고, 피했던 상황을 안전하게 다시 경험하도록 돕는다. 때로는 약물치료가 함께 도움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혼자 견디지 않는 일이다. 면접을 피하다 세상을 피하게 되기 전에, 마음이 더 움츠러들기 전에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도 괜찮다. 당신이 겪는 불안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너무 오래 긴장 속에서 버텨온 마음의 신호일 수 있으니까. * 출처: 한겨레, 윤희경(용인정신병원 스마트낮병원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