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경계를 지켜줄 것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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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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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밝은 모습의 친한 친구가 있다. 나는 대학 시절 과제 쓰나미에도, 회사의 철야 근무에도, 그 친구가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친구의 그런 모습에 다들 신기해했다. 과연 그늘 한 점 없는 인간이란 가능한가? 10년 넘게 본 친구로서 짐작하건대 친구는 그늘을 애써 숨긴다기보단 그늘의 면적이 남들보다 넓지 않은 것 같다. 체력도 좋고 자기 세계도 확고하고 예민하지 않다. 다만 친구에겐 넘어서지 않고 넘어오게 하지 않는 개인의 영역이 있는 듯하다. 그건 비밀이 많다거나 음흉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다. 누구나 개인의 영역이 있는 것이고 안정감을 느끼는 경계의 범위가 다를 뿐이다. 과거의 우리는 ‘우리가 남이야?’라는 (당연히 남인데) 말로 경계를 침범하는 관계에 익숙했고, 그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친밀함의 관문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경계에 대한 통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그늘을 낱낱이 확인하고 경계를 잃는 것만이 좋은 관계는 아니며 친구라는 이름으로 경계의 통행권을 무한정 요구할 수는 없다. 설사 누군가의 경계가 너무 두텁다 해도 그걸 타인이 밖에서 깨고 말고 할 것은 아닐뿐더러, 개인의 사적 영역을 완전히 헤집는 관계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좋은 관계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며, 좋은 우정이란 서로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안정감이 담보될 수 있는 거리에서 애정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모든 경계를 허물지 않을지라도 그녀는 내게 좋은 친구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p.172~174 * 행복함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돕는 마음과 마음 심리상담센터가 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