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 자신을 대면할 것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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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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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한번 감정이 크게 상하면 잘 잊지 않았다. ‘재는 이기적이야.’ ‘그 친구는 앞뒤가 달라.’ ‘저 사람은 무례해.’ 꼬리표를 붙이고, 미워하는 마음을 품었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니,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마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선 ‘내가 철이 없었다’,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실수였다’ 정도로 여기곤 했다. 그런데 문득 과거를 곱씹다가 왜 상대의 잘못은 철이 없던, 인간적인 실수로 여기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못난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고 실수는 늘 벌어지며 내가 서툴렀던 것처럼 상대 역시 그저 서툴렀던 건데 말이다. 아무래도 제일 악당은 내가 아니었을까. 그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면들만 ‘나’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나는 잘못 한 점 없는 완전한 사람처럼 굴었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나의 다른 면들이 드러날 때 (못 본 척), (모른 척) 지나갔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면들은 내가 아닌 척 위장했던 거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오만했는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개인이 숨기고 싶어하는 성격의 총합을 ‘그림자’라 이야기 하며, 누구나 그림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림자는 완전히 제거될 수 없으며 건강한 내면을 갖기 위해서는 그림자와 화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는 한 사건에 대하여 한 가지 감정만 갖는 게 아니며 누구나 인정하기 싫은 찌질함과 이기적인 마음, 흑역사가 있다. 그런데 내면의 그림자를 보기 싫다고 모른 척하면 마음에는 내가 출입할 수 없는 공간들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자기 개념은 뒤죽박죽이 되어 자신을 제대로 인식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게 된다. 우리가 보다 건강한 내면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한 모습까지 자각하고 반성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니 자신의 싫은 면들도 인정하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만날 때, 감춰둔 욕망에 허용치를 둘 수 있고 그 허용치만큼 자신과 타인에 대해 관대해질 수 있다. 외면과 변명을 멈추고 내가 좋아하는 나와 내가 싫어하는 내가 통합된 진짜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오만한 인간이 아닌 인간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가 완벽하지 않아서 싫어하지 않는다. 완벽한 척하는 그 오만함에 질리는 거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p.1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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